2009년 09월 27일
이제는 커피 잘 마십니다 ^_^
무지하게 어렸을 때
내가 생각하기로는 커피라는 것이ㅡ
1. 슈퍼에 파는 조인성도 마시는 척 했던 맥스웰 머시기나 악마가 꼴리느니 하는 그런, 단맛 이빠이 나는 캔커피
2. 자판기에다가 적게는 100원에서부터 많게는 1000원까지 먹어야만 '옛다' 하고 내놓는 종이컵에 담긴 뜨듯한 커피
3. 집에서 손님들이 왔다가 마시고 남은 잔에 담겨있던 미지근하던, 어머니가 타시던 설탕과 프림 몇 스푼의 커피
세상에는 이렇게 세 종류의 커피만 있는 줄 알았더랬다. 내가 실제로 마실 수 있는 커피는 이런 것들이었으니까.
그나마 3번은 아직도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애들은 커피 먹으면 머리 나빠져 이러면서 못 먹게 했으니 사실 두 종류였다.
어린 생각에, 위의 세 종류의 커피가 아니라 밖에 나가서 먹는 '다른' 종류의 커피라고는ㅡ
1. '빠라바라빠라밤' 하면서 쟤들 저러다 다칠라 하는 걱정을 하게 하던 오토바이 뒤쪽 자리에 짧은 치마를 입은, 얼굴에
진한 밀가루칠을 한 듯한 누나(에서 아줌마까지)가 보따리에 보온병 같은걸로 싸서 배달하거나, 직접 가서 먹는 다방 커피
2. 드라마나 영화에서 부잣집 성격 나쁜 (주부들이 tv를 보면서 욕하는) 아줌마가 '우리 아들한테서 떨어져 이년아' 하면서
얼굴에 물을 확 끼얹는, 그런 장면에서나 나오는 찻집에서 내놓는 커피. 근데 이건 왜 시켜놓고 항상 안 마실까?
뭐 이 정도만 있는 줄 알았다. 한마디로 집에서 혹은 자판기에서 그렇게 괜찮은 혹은 안전한(?) 장소에서 먹는 커피는
전혀 나에게 해로울 것 없는 그런 검증받은 엄마 친구 아들같은 '착한' 커피이고.
밖에 나가서 다방 혹은 찻집이라 불리는 곳에서 먹는 커피는 불건전한 '나쁜' 커피인줄로만 알았다.
스타벅스니. 커피빈이니, 할리스니, 탐앤탐스니, 투썸이니, 엔제리너스니 그따위 이름도 외우기 힘든 영어로 되어 있는
커피집이 이렇게나 여러 종류가 있는 줄 꿈에도 알았으랴. 내가 잘 모르는 영어 단어니까 나쁜 뜻일거야 이랬겠지.
그리고 사실 솔직히 말하면 저어기- 어딘지는 모르는 아프리카 이런 데서 어린애들 굴려서 만든대니까 나쁜 건 맞겠지.
너 그거 혹시 알고 있냐 하면서 막 스타벅스는 커피 팔아서 이스라엘 새퀴들이 전쟁하는 데 돈 갖다준대 뭐 이러면서.
그런데 이제는.
커피빈 따위 가게에 들어가서는 핑크색 종이를 내밀면서 스탬프도 콩콩 찍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켜서는
동그랗게 생긴 호출기를 받아들고서 빨간 불이 들어오며 부르르 떨리기를 기다렸다가 커피를 받아든 뒤에
적당히 시럽을 붓고 커피 스틱으로 휘휘 젓은 뒤에 빨대 껍데기를 벗겨서는 플라스틱 컵에 푸욱 꽂아넣고
시끌벅적한 시장통 같은 가게 안에서 좁은 테이블에 앉아 여자친구와 대화를 하거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ㅡ
그렇게나 의미없어 보이던.
그런 짓들을 곧잘 한다. 하는 걸로 그치는 게 아니라 아예 즐기고 있다. 먹다보면 맛있더라고. 아니 진짜 맛있다.
아니. 근데 나는 원래 커피 안 좋아했는데 말이지. 거 희한하다는 말이지.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지.
로스팅이니, 에스프레소에 물을 붓고, 우유를 타거나, 크림을 올리거나 등의 이따위 것들도 제법 알고 있다.
아 참. 요즘 탐앤탐스 프레즐에 확 꽂혀있다. 설탕이 살살 뿌려진 향긋한 빵에 카라멜 크림을 찍어 먹는 그 맛!
생각해보니 몇 년 전만 해도 전혀 몰랐고 관심도 없었는데. 이건 아무래도 하루에 커피 세 잔 이상 마시지 않으면
금단 현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내가 추측하는) 여자친구 k 덕분인지 때문인지 인 것 같다. 그렇다.
결국 이 포스팅도 연애 이야기로 수렴되고 있는 것이다. 커피 이야기를 가장한 연애담인 것이다. 결국 소용돌이다.
그놈의 커피는 무슨 학교 학관에서 먹는 밥 두 끼는 먹을만큼 비싸 나 원 젠장ㅡ 이러다가 어느새 나도 변했다.
사실 어느새 변했다기보다는 변하려고 노력했다는 것이 맞는 표현이겠다. 사태를 더 객관적으로 표현하는.
사람이 연애를 하면서, 혹은 누군가를 만나면서 이렇게 입맛을 비롯한 취향까지 바뀔 수 있나?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까 결국 '나'는 원래 뭘 좋아했는지를 모르겠다. 이건 심각한 문제다. 자기 정체성의 문제라고.
이글루를 좋아하는데 이건 예전 여자친구가, 등산을 좋아하는데 이건 또 다른 좋아하던 친구, 커피는 지금 여자친구,
이승환은 중학교 때 친구, 밴드는 또 다른 친구, 피아노는 어떤 선배, 술은 한 친구... 로부터. 세상에나.
그러면 나는 원래 취향도 없던 사람인가. 타불로 라사인지 하는 혹은 걸어다니던 스펀지라도 됐었던건가.
아니다.
아예 취향이 없는 사람이었더라면 상대방의 취향을 맞춰주거나 혹은 싫어하거나 혹은 없애라고 만들라고 강요하거나.
그럴 일도 없었을지도 모른다. '근데 그건 아니지 않느냐. 난 너의 분신이 아니라 너의 남자친구다' 라고 싸우면서 말이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연애를 하면서 '너'를 보기보다 '나'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게 나의 문제점이다.
나는 당연히 그래야만 하는 것인 줄 알았다.
(여하튼간에 왠지 의욕을 갖고 간만에 포스팅을 했는데 새벽이 되니 졸려서 더 이상 쓰기 귀찮다.
긴 포스팅으로 인하여 내가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자판을 놀릴수도, 글자를 읽을수도 없다.)
결론은.
연애하면서 커피 잘 마시게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진한 에스프레소를 그냥 들이키지는 못하겠다.
누군가를 만나서 사람은 변한다. 좋은건지 나쁜건지 여튼 변한다. /좋거나 나쁘거나 극단적이라 힘들다.
하다못해 변하는 건 없더라도 변해 보려고 노력이라도 한다. /그렇다고 자기 변명을 하기는 싫다.
그래서, 난 더 자랐을까? 커피를 능숙하게 마시게 된 것만큼 사람 관계도 능숙하게 풀어갈 수 있다면. 오래된 생각이다.
내가 생각하기로는 커피라는 것이ㅡ
1. 슈퍼에 파는 조인성도 마시는 척 했던 맥스웰 머시기나 악마가 꼴리느니 하는 그런, 단맛 이빠이 나는 캔커피
2. 자판기에다가 적게는 100원에서부터 많게는 1000원까지 먹어야만 '옛다' 하고 내놓는 종이컵에 담긴 뜨듯한 커피
3. 집에서 손님들이 왔다가 마시고 남은 잔에 담겨있던 미지근하던, 어머니가 타시던 설탕과 프림 몇 스푼의 커피
세상에는 이렇게 세 종류의 커피만 있는 줄 알았더랬다. 내가 실제로 마실 수 있는 커피는 이런 것들이었으니까.
그나마 3번은 아직도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애들은 커피 먹으면 머리 나빠져 이러면서 못 먹게 했으니 사실 두 종류였다.
어린 생각에, 위의 세 종류의 커피가 아니라 밖에 나가서 먹는 '다른' 종류의 커피라고는ㅡ
1. '빠라바라빠라밤' 하면서 쟤들 저러다 다칠라 하는 걱정을 하게 하던 오토바이 뒤쪽 자리에 짧은 치마를 입은, 얼굴에
진한 밀가루칠을 한 듯한 누나(에서 아줌마까지)가 보따리에 보온병 같은걸로 싸서 배달하거나, 직접 가서 먹는 다방 커피
2. 드라마나 영화에서 부잣집 성격 나쁜 (주부들이 tv를 보면서 욕하는) 아줌마가 '우리 아들한테서 떨어져 이년아' 하면서
얼굴에 물을 확 끼얹는, 그런 장면에서나 나오는 찻집에서 내놓는 커피. 근데 이건 왜 시켜놓고 항상 안 마실까?
뭐 이 정도만 있는 줄 알았다. 한마디로 집에서 혹은 자판기에서 그렇게 괜찮은 혹은 안전한(?) 장소에서 먹는 커피는
전혀 나에게 해로울 것 없는 그런 검증받은 엄마 친구 아들같은 '착한' 커피이고.
밖에 나가서 다방 혹은 찻집이라 불리는 곳에서 먹는 커피는 불건전한 '나쁜' 커피인줄로만 알았다.
스타벅스니. 커피빈이니, 할리스니, 탐앤탐스니, 투썸이니, 엔제리너스니 그따위 이름도 외우기 힘든 영어로 되어 있는
커피집이 이렇게나 여러 종류가 있는 줄 꿈에도 알았으랴. 내가 잘 모르는 영어 단어니까 나쁜 뜻일거야 이랬겠지.
그리고 사실 솔직히 말하면 저어기- 어딘지는 모르는 아프리카 이런 데서 어린애들 굴려서 만든대니까 나쁜 건 맞겠지.
너 그거 혹시 알고 있냐 하면서 막 스타벅스는 커피 팔아서 이스라엘 새퀴들이 전쟁하는 데 돈 갖다준대 뭐 이러면서.
그런데 이제는.
커피빈 따위 가게에 들어가서는 핑크색 종이를 내밀면서 스탬프도 콩콩 찍고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시켜서는
동그랗게 생긴 호출기를 받아들고서 빨간 불이 들어오며 부르르 떨리기를 기다렸다가 커피를 받아든 뒤에
적당히 시럽을 붓고 커피 스틱으로 휘휘 젓은 뒤에 빨대 껍데기를 벗겨서는 플라스틱 컵에 푸욱 꽂아넣고
시끌벅적한 시장통 같은 가게 안에서 좁은 테이블에 앉아 여자친구와 대화를 하거나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ㅡ
그렇게나 의미없어 보이던.
그런 짓들을 곧잘 한다. 하는 걸로 그치는 게 아니라 아예 즐기고 있다. 먹다보면 맛있더라고. 아니 진짜 맛있다.
아니. 근데 나는 원래 커피 안 좋아했는데 말이지. 거 희한하다는 말이지.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지.
로스팅이니, 에스프레소에 물을 붓고, 우유를 타거나, 크림을 올리거나 등의 이따위 것들도 제법 알고 있다.
아 참. 요즘 탐앤탐스 프레즐에 확 꽂혀있다. 설탕이 살살 뿌려진 향긋한 빵에 카라멜 크림을 찍어 먹는 그 맛!
생각해보니 몇 년 전만 해도 전혀 몰랐고 관심도 없었는데. 이건 아무래도 하루에 커피 세 잔 이상 마시지 않으면
금단 현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내가 추측하는) 여자친구 k 덕분인지 때문인지 인 것 같다. 그렇다.
결국 이 포스팅도 연애 이야기로 수렴되고 있는 것이다. 커피 이야기를 가장한 연애담인 것이다. 결국 소용돌이다.
그놈의 커피는 무슨 학교 학관에서 먹는 밥 두 끼는 먹을만큼 비싸 나 원 젠장ㅡ 이러다가 어느새 나도 변했다.
사실 어느새 변했다기보다는 변하려고 노력했다는 것이 맞는 표현이겠다. 사태를 더 객관적으로 표현하는.
사람이 연애를 하면서, 혹은 누군가를 만나면서 이렇게 입맛을 비롯한 취향까지 바뀔 수 있나?
이런 생각을 하다보니까 결국 '나'는 원래 뭘 좋아했는지를 모르겠다. 이건 심각한 문제다. 자기 정체성의 문제라고.
이글루를 좋아하는데 이건 예전 여자친구가, 등산을 좋아하는데 이건 또 다른 좋아하던 친구, 커피는 지금 여자친구,
이승환은 중학교 때 친구, 밴드는 또 다른 친구, 피아노는 어떤 선배, 술은 한 친구... 로부터. 세상에나.
그러면 나는 원래 취향도 없던 사람인가. 타불로 라사인지 하는 혹은 걸어다니던 스펀지라도 됐었던건가.
아니다.
아예 취향이 없는 사람이었더라면 상대방의 취향을 맞춰주거나 혹은 싫어하거나 혹은 없애라고 만들라고 강요하거나.
그럴 일도 없었을지도 모른다. '근데 그건 아니지 않느냐. 난 너의 분신이 아니라 너의 남자친구다' 라고 싸우면서 말이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연애를 하면서 '너'를 보기보다 '나'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게 나의 문제점이다.
나는 당연히 그래야만 하는 것인 줄 알았다.
(여하튼간에 왠지 의욕을 갖고 간만에 포스팅을 했는데 새벽이 되니 졸려서 더 이상 쓰기 귀찮다.
긴 포스팅으로 인하여 내가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자판을 놀릴수도, 글자를 읽을수도 없다.)
결론은.
연애하면서 커피 잘 마시게 되었다. /그래도 여전히 진한 에스프레소를 그냥 들이키지는 못하겠다.
누군가를 만나서 사람은 변한다. 좋은건지 나쁜건지 여튼 변한다. /좋거나 나쁘거나 극단적이라 힘들다.
하다못해 변하는 건 없더라도 변해 보려고 노력이라도 한다. /그렇다고 자기 변명을 하기는 싫다.
그래서, 난 더 자랐을까? 커피를 능숙하게 마시게 된 것만큼 사람 관계도 능숙하게 풀어갈 수 있다면. 오래된 생각이다.

# by | 2009/09/27 02:55 | 트랙백 | 덧글(1)




